[피스] After effect

Daily log 2017. 8. 27. 15:33

*그레이스님과의 연성 교환 

* 피터 드림은 처음이라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ㅜㅅㅠ 열심히는 썼어요... 피스가 참 예쁩니다 (치임)



그런 순간이 있다. 시간이 멈춘 것 처럼 몸짓 하나하나가 느리고 자세하게 머릿속에 새겨지는 순간. 흘러내린 머리카락과 겁에 질려 커다란 눈동자. 한순간의 작은 떨림과 심장 박동까지 천천히 그리고 고스란히 휘몰아치는 순간이다. 그 순간은 영화 속 한장면 처럼 극적이지도 로맨틱하지도 않고 그저 절박하고 간절해서 피터는 그 사건이 일어난지 며칠이 흘렀지만 변함없이 뒤틀린 기억의 악몽과 함께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그건 피터가 그 무엇보다도 원치 않던 일이었다. 그레이스를,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휘말리게 마드는 것.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던 두려움은 어느 순간, 가장 빛날 때 찾아왔다. 그 때문에 누군가를 제 곁에 들이는 걸 꺼리게 되었던 자신이었다. 밤잠을 설친 탓에 찾아온 두통과 아른거리는 기억의 조각에 지금 당장 그레이스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품에 껴안고 말간 웃음을 짓는 얼굴을 마냥 바라보고 싶었다. 그녀의 체온으로 안심하고 눈길로 구원받을텐데. 하지만 갈 수 없다. 가면 안되지. 상상만으로 잠시 따스했던 공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 무엇보다도 그레이스의 안전이 중요했다.


한무리의 사람들에 섞여 강의실을 빠져나오며 그레이스는 어느 때처럼 웃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모습에 피터는 안도했다. 멀리 하는게 이롭다고 생각하다가도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건 우습다고 생각하면서도 웃지 못할 일이었다. 먼발치에서 부러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지켜보고 있다보니 소소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그레이스는 이따금씩 자신이 있을 법한 장소에 눈길을 보내곤 한다. 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부러 찾지는 않으려는 것 같지만 가끔 먼발치에 시선을 던질 때면 그늘없는 얼굴이 드물게 쓸쓸해 보여서 피터는 싸움이 없던 날에도 욱신거리는 통증을 달고 지냈다. 


...


제법 늦은 시간인데도 그레이스의 방은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피터는 그녀가 금새 잠에 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책상에 앉아있는 그레이스는 쉬이 손안의 책을 내려놓지 않았다. 서늘한 바람에 창가의 커튼이 살짝 흔들렸다. 숨죽인 발걸음과 작은 인기척에 그레이스는 고개를 들기도 전에 방 안에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무슨 일이야?” 웃음을 참지 못한 채로 그레이스는 표정을 알 수 없는 마스크를 마주했다. “생각해봤는데” 그녀의 예상보다 멀쩡한 목소리가 마스크 너머로 흘렀다. “너를 잃고 싶지 않다고해서 너 없이 살아야 하는 건 불공평한 것 같아. 안 그래?” 그레이스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그 장난스러운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완전 불공평하지.” 그녀는 손을 뻗어 피터의 마스크를 벗겼다. 헝클어진 갈색머리카락 아래로 깊은 눈동자가 그레이스를 내려다봤다. 그대로 손을 뻗어 피터의 목을 끌어안았다. 휘어진 입술 끝에 쪽 소리나게 입맞췄다. 피터는 웃으며 익숙하게 그녀를 품에 가뒀다. 언젠가의 악몽 뒤의 상상처럼 따스한 체온이 전해져왔고 익숙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보고싶었어.” 귓가에 울리는 나직한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잠겨있어서 그레이스는 끌어안은 팔에 조금더 힘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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